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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조용기 목사와 릭 워렌 목사

지난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축복기도는 릭 워렌 목사가 맡았다.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보수.우파 지도자여서 진보쪽은 물론 오바마 진영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워렌은 취임식장에 설 수 있었다. 그의 기도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나의 삶을 바꾸게 한 예슈아와 이사(Isa) 헤수스 그리고 지저스의 이름으로 아멘." 예슈아는 히브리어 헤수스는 스패니시 지저스는 영어로 예수를 말한다. 논란은 '이사'에서 불거졌다. '이사'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드물었다. 아랍어로 예수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 그것도 대통령의 취임식 날 버젓이 이슬람을 거론했으니 난리가 났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 워렌은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뒤를 잇는 기독교 지도자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있는 세계지도자 100인' 가운데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일부 복음주의자들은 그런 워렌 목사를 이단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그래도 워렌은 꿈쩍하지 않았다. 얼마 후엔 미국 이슬람 전국총회에서 축사까지 했다. '이사'는 지난해 성탄절에도 화제어로 떠올랐다. 중동의 테러조직인 '헤즈볼라'가 서방 외교관들과 언론인들에게 성탄 축하카드를 보낸 것. '이사의 탄생을 축하하며 즐거운 새해를 맞으시라'는 내용이었다. 서방국의 한 특파원이 헤즈볼라 대변인에게 카드를 보낸 까닭을 물었다. 대변인은 오히려 기자의 질문에 어리둥절했다. "동정녀 마리아의 아들 '이사'의 탄신일은 무슬림들에게도 큰 명절이다. 그 분의 탄생을 함께 축하하는데 뭐가 잘못됐느냐"며 되물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슬람의 경전인 코란에는 '이사' 곧 예수가 25번이나 나온다는 사실을 일러줬다. 미국에서도 워렌 목사의 기도 덕분에 '이사'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워렌처럼 이슬람 친화적인 기독교인들을 일컬어 흔히 '크리슬람(Chrislam)'이라 부른다. 그리스도와 이슬람을 합성한 말로 약간은 비아냥 거림이 묻어난다. 메가처치인 수정교회의 로버트 슐러 목사와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크리슬람'에 속한다. 심지어 미국엔 무슬림들에게 건물을 빌려주거나 오픈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애틀랜타의 한 대형교회는 사원을 새로 짓고 있어 집회를 갖지 못하는 이슬람 신자들에게 부속 건물 하나를 무상으로 쓰게 했다. '크리슬람'의 목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일치가 아니다. 무슬림은 기독교인들의 적이 아니라 '이웃'으로 그 실체를 인정하자는 것 뿐이다. 두 종교가 화해와 관용을 추구하면 모든 갈등의 불씨들이 없어져 진정한 평화가 이룩된다는 게 워렌 목사의 소신이다. 한국의 조용기 목사가 이슬람과 관련해 '대통령 하야운동'까지 벌이겠다는 발언을 해 교회 안팎이 시끄럽다. 정부가 이슬람 펀드를 도입하면 목숨을 걸고 반대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교회 내부에서도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할 것을 지나치게 종교적으로 확대해석한 편협한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마침 중동 전역이 민주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다. 교회가 이슬람을 악으로 간주.외면하는 한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겠다는 아랍인들의 염원은 탱크에 짓밟혀 내동댕이 쳐질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유명 원로목사의 발언은 아무래도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독교는 '이웃 사랑의 종교'라는데….

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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